홍대 에스프레소 부티크 카페 묘사

괜찮은 카페에 왔다. 인테리어가 고급지고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듯한 카페다. 스피커에선 뭐라 떠드는 지 모르겠는 재즈 느낌의 노래가 나온다. 바닥은 깔끔한 반면 천장은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근데 어색하거나 초라하지 않다. 통일성 없는 조명들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고 모두 누런 빛을 띤다. 커피를 내리는 공간이 모두 드러나 있다. 그래서 그런가 가게가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서로 다른 느낌의 것들이 조화롭게 놓여 있다. 하나씩 뜯어 보면 이상한 것 투성이지만 모아 놓고 보면 그게 특징이 되는, 마치 점묘화 같은 공간이다.

주인은 짧은 머리에 마른 체형이다. 화가 같은 비니를 쓰고 있다. 친절하지 않지만 불친절하지도 않다. 부담스럽지 않은 온도를 갖고 있다. 체형이랑 표정이 전문가의 느낌을 준다. 홍대에 흔히 보이는 그런 ‘예술가’들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공간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책에서 그랬었는데(아마 유현준 교수님의 책일 거다) 어렴풋이 봤을 때 주인은 특이한 사람 같다. 카페에 와이파이가 안 되는 건 내게는 조금 큰 단점이다. 근데 그런 단점을 감안해도 커피가 맛있다. 그래서 그런가 다른 곳에선 본 적 없는 ‘음료 재주문 시 1500원 할인 이벤트’가 있다. 뭔가 많이 안 사먹을 것 같은데. 하루에 커피 두 잔을 연달아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나. 그렇다고 한 카페에서 다른 음료 두 잔을 시키는 사람 역시 거의 없다.

내가 만약 카페를 창업한다면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출까?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목적은 두 가지가 있겠다. 공부를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에겐 적당한 높이의 의자와 테이블이 필요하고 콘센트가 필요하다. 수다를 떠는 사람들에겐 편한 소파나 쿠션이 필요하고, 예쁜 인테리어나 특이한(이슈성이 있는) 디저트가 필요하다.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기 위해 카페에 오는 사람도 많기에 이런 류의 카페는 독보적인 강점을 지닌다.

지금 봤는데 가게에 1940년도에 만들어진 것 같은 전화기가 있다. 세상에

*글쓰기 관련 책에서 한 대상을 다채롭게 묘사하는 경험이 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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