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2월 22일

23년 12월 22일
전역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대는 무얼 이뤘고, 이뤄 가는 중입니까?
일자리를 구하고, 부모님의 힘을 빌려 자취방을 구하고 홍대에서 술 마시며 놀고. 뭘 했습니까? 헬스장은 끊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밖에 안 가고, 홍대가 가까워 술이나 마시러 다니고, 돈은 돈대로 쓰며 아직 군 적금이 남아있다며 스스로 합리화만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꿈꿔왔던 전역 이후의 삶이 정말로 이런 겁니까?(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남들에겐 생각할 시간에 실행하라고 뽐내며 말을 하는데, 당신은 정작 아무것도 실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남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습니까?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머릿속에 그렸던 것들, 중 하나라도 이뤄낸 것이 있습니까. 한 달이 지났습니다. 바쁘게 살아도 모자랄 판에 매일 의미 없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마저도 져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삽니다. 뭐 이런 병신같은 삶이 있습니까.
속도가 느리단 말입니다. 이제 전역도 했겠다,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해 나가자. 뭐 이런 생각이면 훈계할 가치조차 없으니 말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하는 건 좋지만,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면 해결될 문제들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무슨 이유에섭니까?
아침, 저녁 점호도 없어지고, 당직 사관의 꼬장을 받을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당신의 인생은 이제 오롯이 당신의 몫입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당신의 시간을 오롯이 맘대로 쓸 수 있는 그 소중한 자유를 이렇게 소비할 겁니까?
해봤자 성과가 안 날 거라고요? 남들에겐 그래도 시도해 보는 것과 시작도 안하고 포기하는 건 천지 차이가 난다느니, 일단 하면 뭐라도 배우는 게 있다느니 말해 놓고 당신은요? 뭘 시작했나요?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죠? 학원에서 버는 수입 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까? 그 푼돈 갖고 뭘 어떻게 살아갈 겁니까? 이번 달 식비도 부모님 돈으로 냈고, 보증금도 엄마가 빌려줬지 않습니까? 독립하고 싶은 맘은 있습니까? 당신이 원한 건 자유죠. 그 자유가 남들의 도움으로 이뤄져도 괜찮은 거였습니까? 그런 한심한 생각으로 독립할 거라고 떠들어 댄 겁니까? 한심합니다.
뭔가 할 거면 제대로 하십시오. 하나에 미쳐서, 그게 끝날 때까진 그것에 완전히 몰입하세요. 지금 속도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겁니다. 생각이 닿으면 실행해야 합니다. 어쩌면 합리화, 그 망할 합리화가 가장 큰 적일 것 같습니다. 딱히 부족한 게 없죠? 딱히 뭘 더 안해도 먹고 살 수는 있으니까요. 학교를 팔아 일자리를 구하고, 수업 같지도 않은 수업을 하며 돈은 꼬박꼬박 받아 가니 몸은 편할 겁니다. 근데 그게 얼마나 갈 것 같아요? 평생 그 좆만한 돈 받으며 살 겁니까? 가족을 부양하겠다느니 수신제가치국평천하니 뭐 듣기 좋은 그럴 듯한 말들만 할 줄 알지 니가 뭘 할 수 있습니까? 그 돈으로 누굴 돕고 보살필 겁니까. 하다 못해 원대한 비전이 있어 공부라도 하고 있으면 모르겠습니다.
바뀌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바뀔 생각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당신은 정신병자입니다. 매일을 똑같이 살면서 다른 삶을 꿈꾸다니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줄 아는, 허영심에 가득찬 사기꾼에 불과합니다.
컴퓨터는 게임하려고 산 거죠? 이것 저것 프로그램은 잔뜩 깔아 두고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게 있습니까? 파이썬, 프리미어 프로, 워드프레스 블로그, 케이크 워크, 뭐 이것저것 깔아두기만 하고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죠. 어쩌면 능력에 비해 너무 큰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하고 싶은 건 뭐가 이렇게 많아요? 저 컴퓨터의 용도는 뭡니까? 뭘 위해 그 큰 돈을 들여 저 비싼 컴퓨터를 새로 샀나요?
정신 차리십시오. 복리의 마법은 하루하루 열심히 산 사람에게 돌아오는 겁니다. 당신 그렇게 여유부릴 정도로 잘 살고 있지 않아요. 그렇게 살면 평생을 그 정도로 살아갈 거고요.


한 달 전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달라졌는지.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갖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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