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12월 4일
나를 돌아 볼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 오랜만에 글을 쓴다.
전역 후 1년, 난 무엇을 이뤘는가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건 10월 27일이다. 7월에 전기자전거를 샀고, 배달을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지금은 과외 네 건을 하면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게 맞는가? 학점은 여전히 바닥이고 대학의 이름을 팔아 과외를 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과외 네 건, 일주일에 16시간이다. 하나는 연신내라 이동시간 1시간을 추가하면 대충 20시간 정도를 일한다. 과외를 시작하고 배달은 거의 안 하고 있다. 조금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은 든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나는 잘 살고, 잘 살아가고 있는 건가?
아무리 대학의 이름이 있다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나는 아무 것도 배워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나는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못하는가. 주변을 돌아 보면 정해진 길을 따라 열심히 걸어간다. 나는 뭐가 문제라서 그것에 저항하는가. 열심히 대학을 다니고 좋은 학점을 받아 좋은 기업에 들어가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사는 것. 모두가 선택하는 길엔 그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그 어떤 재능도 없으면서 반항심만 가득해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명랑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씩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담배 한 대, 커피 한 잔, 그리고 지금 듣고 있는 재즈처럼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은 지울 수 없다.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누가 너를 괴롭히는가.
요즘 지쳤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왜 지쳤을까 대체. 열심히 살지도 않는데 말이다. 친구들은 열심히 산다고 이야기하나 나는 도저히 내가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외가 너무 쉬워서 그런 걸까. 돈이 너무 쉽게 벌려서 그런 걸까.
몇 달 전만 해도 과외를 구하고자 애를 썼던 걸 생각하면 참 우습다. 나는 과외를 구했지만 이젠 또 그것에 싫증을 내고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 뭐가 부족한 걸까. 애초에 생각과 기준이 잘못 만들어진 걸까.
질문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불완전하더라도 대답을 해 나가야 한다. 무엇부터 대답을 해 볼까.
왜 나는 지친 걸까. 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가. 그러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무의미하고 기계적인 일상에 지쳤다.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 불행하게도 요즘 그런 기분은 배드민턴 치면서만 느낀다. 나머지 대부분의 일상에서 나는 정말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수업이 진짜 의미가 없을까? 진짜 배우는 게 없을까? 근데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배우는 게 없다. 매 번 똑같은 내용을 다른 사람이 강의를 한다. 학과의 특성인가. 공교롭게도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들 이런 고민을 하고, 저마다의 답을 내려서 걸어간다. 그들 역시 확신은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 학과에 애정이 있는가? 더 나아가, 이 학교에 애정이 있는가?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가? 편집을 좋아하는가? 인생을 걸 정도로 좋아하는가? 아니, 이건 틀렸다. 어차피 100점짜리 답은 없다. 인생을 걸 필요도 없다. 그저 걸어가다가 찾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얼 해야 하는가? 공모전? 현장 실무? 아니면 개인 유튜브? 무엇이든 해야 하나?
왜 성장한다는 느낌이 없는가? 뭔가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영상이라면, 계속 영상을 만들고 작업물을 만들면서 성장한다. 그렇다면 개인 프로젝트로 만들어야 한다. 연기라면, 계속 연습을 하고 오디션을 보면서 그 성장을 느낀다. 그 무엇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수업에서 뭔가를 배우길 기대하기 보다 내가 직접 그 길을 찾아 걸어야 한다.
왜 떠나지 못하는가? 떠나면 생계가 흔들린다. 한 일주일, 아니 한 달 정도라도 어딘가에 가서 혼자 살고 싶다. 정말 참 우습다. 원래 본가에서 떠나 서울에서 사는 게 목표였는데 그 목표를 이루니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자 한다.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떠나려면 과외를 쉬어야 한다. 일주일이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기가 어렵다. 과외가 끊길까봐 두렵다. 내 유일한 생계의 수단이 끊기면 모아둔 돈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막막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익숙한 곳을 떠날 때 성장이 일어난다. 난 떠나야 한다. 굶어 죽으란 법은 없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난 과외를 원했으나 이제 보니 그 과외라는 족쇄에 갇힌 게 분명하다. 방학이 되면 과외를 하루나 이틀에 몰아 둬야 할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다.
수업에서 뭔가를 얻지 못한다면 이 생활을 지속할 이유가 있는가? 내가 병신이라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내 과외처럼 저 교수들도 권위를 내세워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언제인가. 내일이 기다려진 날이 언제인가. 그런 매일을 살아가고 싶다. 자기 꼬리를 쫓는 개가 된 기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모두 이뤄도 결국 나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맬 테다. 어느 정도는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결핍은 동기를 만들고 그것은 위대한 일들을 이루니까.
여전히 내 인생의 최상위 목표는 자유다. 자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쩌면 생각이 너무 많아 움직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내일도 또 의미 없는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야 하겠지. 이 삶이 많이 벅차구나.